부품 공급 협력사와 스케줄 공유
‘적기생산(Just In Time)’.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의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완성차 메이커로 올라서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생산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생산방식이 도요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이미 전 생산라인에 ‘적기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2일 충남 아산의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았을 때도 ‘적기생산’ 방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생산라인에 들어서니 6일부터 시판될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생산하느라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산공장은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 2개 차종을 57초 당 1대꼴로 생산한다. 현대차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모델들이 생산되는 핵심 공장인 셈이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2종에 불과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소비자의 기호, 수출국의 규제 등에 따른 사양을 감안하면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각 1,000종에 달한다. 엔진은 82종, 변속기 24종, 전깃줄 조합은 1,400여종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적기생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아산공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1,000종의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외관은 비슷해 보이더라도 기능이 서로 다른 다양한 부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산공장에 들여온 부품은 4시간 이상 방치되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협력업체에서 공급 받은 부품을 창고에 쌓아놓는다면 특정 사양의 차량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부품을 찾느라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차는 부품공급 협력업체들과 차량 생산 스케줄을 공유, ‘A’라는 사양을 갖춘 차량이 생산되는 시점에 ‘A’ 차량에 맞는 부품을 공수해온다. 때문에 일단 공장 안으로 들여온 부품은 4시간 이내에 소비되는 게 일반적이다.
아산공장 방문에 앞서 둘러본 충남 서산의 현대ㆍ기아차 AS(애프터서비스) 부품 전문 공장 ‘파텍스’에서는 현대의 고객중심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8월 준공된 이 공장은 생산이 중단된 현대ㆍ기아차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프레스, 차체, 도장 공장을 갖추고 단종된 차량의 금형을 넘겨받아 앞문, 뒷문, 후드, 트렁크 등 차체를 찍어내고 있었다. 이춘남 대표는 “수익 목적이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만든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짝 등을 찍어내려면 대형 프레스 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웬만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도 이 공장을 만든 이유다.
이 대표는 “법적으로 자동차 업체는 차량 생산 후 8년간 소비자에게 차 부품을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10년타기 운동 등으로 노후 차량이 늘고 있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단종 차량용 부품공장을 따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공장은 16개 차종, 750벌의 금형을 갖췄으며, 포니, 스쿠프, 아토스, 엑셀, 크레도스, 아벨라 등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66개 차종(금형 4,635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산=유인호 기자 yih@hk.co.kr
[한국일보 2007-11-04] 해당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