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단종차량 서비스기지 ‘파텍스’ 가보니
구형 프라이드 등 16종 금형확보 원가 높지만 일반부품 가격으로
“철컹…철컹…”
지난 2일 찾은 충남 서산의 지곡산업단지 안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파텍스의 생산 공장.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철강판 코일을 슬슬 풀어낸 뒤 쉴새 없이 자동차 문짝 모양을 찍어내고 있었다. 프레스기를 거친 여러 장의 철판을 용접로봇이 결합해 완성한 문은 현재 현대차의 어떤 공장에서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라비타의 앞문이다. 파텍스는 바로 현대·기아차 단종 차량의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재 확보된 가장 오래된 금형(자동차 부품을 찍어내는 틀)은 14년 전 생산됐던 구형 프라이드의 것입니다. 앞으로 포니·스쿠프·스텔라 등 현대·기아차가 만들었던 차의 금형 대부분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지난 7월부터 부품 생산을 시작한 이곳에는 이춘남 대표이사가 말한 대로 오랫동안 연구소나 공장의 한켠에서 잠자고 있던 현대·기아차의 구형 차량 금형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공장 정문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곳곳에 쌓여 있는 금형들이다. 한때는 모두의 눈길을 받던 최신식 차량을 찍어내기에 바빴던 금형들. 파텍스는 현재 아반테XD, 리오 등 16개 차종 750벌의 금형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66개 차종의 1142품목, 4635벌의 금형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프레스·차체조립·도장·포장까지 한곳에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어 소량·다품종 생산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3개의 프레스 기계와 16대의 로봇,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포장 라인이 현재 더이상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차량들의 앞·뒷문, 후드, 트렁크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국내·외 수리공장으로 공급되고 있다.
원래 법적으로 회사는 자동차를 생산한 뒤 8년 동안만 부품을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현대·기아차의 오래된 차를 아껴가며 타는 고객들이 많은 상황에서 법대로만 부품을 생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5년 파텍스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파텍스가 계획한 금형 보관 기간은 15년이다. 그보다 오래된 차량의 금형도 보관만큼은 해놓을 계획이다. 이춘남 대표는 “소량 생산만 할 경우 자동차 문짝 하나에 생산 원가만 100만원이 훨씬 넘게 들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완성차를 판매한 회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반 부품 가격 수준으로 단종 차량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산/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2007-11-04] 해당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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